01. 신심명信心銘
중국 수나라 때에, 선종의 제3대 조사(祖師)인 승찬대사(僧璨大師)가 지은 글로서,
명(銘)이란 일반적으로 금석(金石), 그릇, 비석 따위에 새긴 글로, 4언 146구 584자의
운문체로, 지적인 분별 의식을 배척하고 선(禪)의 무분별적 세계를 간단명료하게 풀었다.
이 <신심명>은 글 자체가 뛰어날 뿐만 아니라, 우리의 신심이란 도(道)의 본원(本源)
이며 진여법계(眞如法界)에 사무쳐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 글은 우리 수도인의 좌우
명(左右銘)인 것이다.
승찬대사는 수(隋)나라의 양제(煬帝) 대업(大業) 2년 10월 5일(서기 606년)에 입적하
셨으며, 그의 세수는 알 수 없지만, 승찬대사가 돌아가신 지 150여 년 뒤 당(唐)나라 현
종(玄宗) 황제가 감지선사(鑑智禪師)란 시호(諡號)를 올리고 탑호(塔號)를 각적(覺寂)
이라 하였으며 그 당시 유명한 재상인 방관(房琯)이 탑비문을 지었습니다.
승찬대사는 본래 대풍질(大風疾)이라는 큰 병에 걸려 있었는데 오늘날의 문등병이다.
스님은 문둥병에 걸려 죽을 고생을 하다 이조(二祖) 혜가 대사(慧可大師)를 찾아가 자
기의 성명도 밝히지 않고 불쑥 물었습니다.
"제자는 문둥병을 앓고 있사옵니다. 화상께서는 저의 죄를 참회케 하여주십시오."
"그대는 죄를 가져 오노라. 죄를 참회시켜 주리라."
"죄를 찾아보아도 찾을 수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그대의 죄는 모두 참회되었느니라.
그대는 그저 불(佛), 법(法), 승(僧) 삼보(三寶)에 의지하여 안주해라."
"지금 화상(和尙)을 뵈옵고 승보(僧寶)는 알았으나 어떤 것을 불보(佛寶), 법보(法寶)
라 합니까?"
"마음이 부처며 마음이 법이니라. 법과 부처는 둘이 아니요, 승보도 또한 그러하니 그
대는 알겠는가?"
"오늘에야 비로소 죄의 성품은 마음 안에도 밖에도 중간에도 있지 않음을 알았으며 마
음이 그러하듯 불보와 법보도 둘이 아닌 줄 알았습니다."
이에 혜가대사께서 그가 법기(法器)인 줄 아시고 매우 기특하게 여겨 바로 머리를 깎아
주면서 말씀하셨습니다.
"너는 나의 보배이다. 구슬 찬(璨)자를 서서 승찬(僧璨)이라 하라."
그해 3월 18일 복광사(福光寺)에서 구족계(具足戒)를 받고 그로부터 병이 차츰 나아
져서 2년 동안 혜가스님을 시봉하였습니다.
승찬대사는 평생을 은거하여 지내다가 나중에 어린 나이의 도신선사(道信禪師)를 만
나 법을 깨우쳐 주고 뒤에 구족계를 받게 한 후 법을 전하면서
"나에게서 법을 받았다고 절대로 말하지 말아라."
고 당부 하셨다고 합니다.
돌아가실 때에는 법회하던 큰 나무 밑에서 합장한 채 서서 돌아가셨다고 합니다.
그때 사람들이 묘를 써서 스님을 모셨는데, 뒤에 이상(李常)이라는 사람이 신회선사(神
會禪師)에게 물어서 산곡사(山谷寺)에 승찬대사의 묘가 있음을 알고는
서 화장하여 사리(舍利) 삼백 알을 얻었다고 합니다.
승찬스님은 본래 문둥병을 앓았기 때문에 문둥병이 나은 후에도 머리카락이 하나도 나
지 않았으므로, 사람들은 스님을 적두찬(赤頭璨)이란 별명으로 불렀습니다. 이는 대머
리의 붉은 살뿐이라는뜻입니다.
그 승찬대사가 남겨 놓은 저술이 바로 이 <신심명>입니다.
요즈음 일본 학자들 가운데는 그 분이 숨어 다니면서 살았기 때문에 그의 행적에 모순된
점이 많다고 하여 실제 인물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많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영
ㄱ사적인 여러 가지 점들을 상고해 보면 삼조 승찬스님이 실제 인물임에는 틀림없다고
봅니다.
그런데 이 <신심명>에 있어서 그 신(信), 곧 믿음이 보통의 신(信), 믿음이 아니라 신,
해, 오, 증(信解悟證) 전체를 통하는 신(信), 믿음입니다. 글 전체는 4언절구(四言絶句
)로 해서 146구 584자로 되어 있는 간단한 글이지만, 팔만대장경의 심오한 불법도리와
천칠백 공안의 격외도리(格外道理)전체가 이 글 속에 포함되어 있다고 모두들 평(評)
하고 있습니다.
이 글은 의리적(義理的)으로 법문한 것 같지만 간단한 이 글 전체 속에 격외도리가 다
갖추어져 있으며, 교리의 현묘한 뜻도 빠짐없이 있습니다. 중국에 불법이 전해진 이후
로 '문자로서는 최고의 문자'라고 학자들이 격찬할 뿐만 아니라 삼조 승찬대사의 <신
심명>같은 문자는 하나일 뿐, 둘은 없다고들 평합니다.
그러므로 이 글이 불교에 있어서 참으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이와 같이 불교사상사에 있어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신심명의 근본 골자가
무엇인가 하면 글 전체가 모두 양변을 여읜 중도(中道)에 입각해 있다는 것입니다.
글 전체를 자세히 살펴보면 대대(對對)를 40대(四十對)로 갖추어 설명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대대(對對)란 곧 미워함과 사랑함[憎愛]. 거슬림과 다름[逆順], 옳고 그름[是
非] 등등 일상생활 나타나고 있는 중생의 상대 개념 즉 변견을 말하는 것입니다.
<신심명>은 간단한 법문이지만 대대(對對)를 떠난 중도법을 간명하게 보여준 드문
저술입니다.
<신심명>은 일관된 논리로서 선(禪)이나 교(敎)를 막론하고 불교 전체를 통하여 양
변을 여읜 중도(中道)가 불교의 근본 사상임을 표현한 총괄적인 중도총론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02. 信心銘 원문
01
至道無難 唯嫌揀擇 但莫憎愛 洞然明白
지도무난 유혐간택 단막증애 통연명백
02
毫釐有差 天地懸隔 欲得現前 莫存順逆
호리유차 천지현격 욕득현전 막존순역
03
違順相爭 是爲心病 不識玄旨 徒勞念靜
위순상쟁 시위심병 불식현지 도노염정
04
圓同太虛 無欠無餘 良由取捨 所以不如
원동태허 무흠무여 양유취사 소이불여
05
莫逐有緣 勿住空忍 一種平懷 泯然自盡
막축유연 물주공인 일종평양 민연자진
06
止動歸止 止更彌動 唯滯兩邊 寧知一種
지동귀지 지갱미동 유체양변 영지일종
07
一種不通 兩處失功 遣有沒有 從空背空
일종불통 양처실공 견유몰유 종공배공
08
多言多慮 轉不相應 絶言絶慮 無處不通
다언다려 전불상응 색언색려 무처불통
09
歸根得旨 隨照失宗 須臾返照 勝脚前空
귀근득지 수조실종 수유반조 승각전공
10
前空轉變 皆由妄見 不用求眞 唯須息見
전공전변 개유망견 불용구진 유수식견
11
二見不住 愼莫追尋 재有是非 紛然失心
이견부주 심막추심 재유시비 분연실심
12
二由一有 一亦莫守 一心不生 萬法無垢
이유일유 일역막수 일심불생 만법무구
13
無垢無法 不生不心 能隨境滅 境逐能沈
무구무법 불생불심 능수경멸 경축능심
14
境由能境 能由境能 欲知兩端 元是一空
경우능경 능우경경 욕지양단 원시일공
15
一空同兩 齊含萬象 不見精추 寧有偏黨
일공동양 제함만상 불견정추 영유편당
16
大道體寬 無易無難 小見狐疑 轉急轉遲
대도체관 무이무난 소견호의 전급전지
17
執之失度 必入邪路 放之自然 體無去住
집지실도 필입사로 방지자연 체무거주
18
任性合道 逍遙絶惱 繫念乖眞 昏沈不好
임성합도 소요절뇌 계념과진 혼침불호
19
不好勞神 何用疎親 欲趣一乘 勿惡六塵
불호노신 하용소친 욕취일승 물오육진
20
六塵勿惡 還同正覺 智者無爲 愚人自縛
육진물오 환동정각 지자무위 우인자전
21
法無二法 妄自愛着 將心用心 豈非大錯
법무이법 망자애착 장심용심 기비대착
22
迷生寂亂 悟無好惡 一切二邊 良由斟酌
미생적란 오무호오 일체이변 양유짐작
23
夢幻空華 何勞把捉 得失是非 一時放却
몽환공화 하로파착 득실시비 일시방각
24
眼若不睡 諸夢自除 心若不異 萬法一如
안약불수 제몽자제 심약불이 만가일여
25
一如體玄 兀爾忘緣 萬法齊觀 歸復自然
일여체현 올이망연 만법제관 귀복자연
26
泯其所以 不可方比 止動無動 動止無止
민기소이 불가방비 지동무동 동지무지
27
兩旣不成 一何有爾 究竟窮極 不存軌則
양기불성 일하유이 구경궁극 부존궤측
28
契心平等 所作俱息 狐疑淨盡 正信調直
계심평등 소작구식 호의정진 정신조직
29
一切不留 無可記憶 虛明自照 不勞心力
일체불유 무가기억 허명자조 불노심력
30
非思量處 識情難測 眞如法界 無他無自
비사량처 식정난측 진여법계 무타무자
31
要急相應 唯言不二 不二皆同 無不包容
요급상응 유언불이 불이개돋 무불포용
32
十方智者 皆入此宗 宗非促延 一念萬年
시방지자 개입차종 종비촉연 일념만년
33
無在不在 十方目前 極小同大 忘絶境界
무재부재 십방목전 극소동대 망절경계
34
極大同小 不見邊表 有卽是無 無卽是有
극대동소 불견변표 유즉시무 무즉시유
35
若不如此 不必須守 一卽一切 一切卽一
약불여차 불필수수 일즉일체 일체즉일
36
但能如是 何慮不畢 信心不二 不二信心
단능여시 하려불필 심심불이 불이신심
37
言語道斷 非去來今
언어도단 비거래금